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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눈몽상》은 창밖으로 부유하는 포플러나무의 솜털 씨앗을 관찰하는 순간에서 출발한 영상 작업이다. 그것은 여름에 내리는 눈처럼 몽환적이었고, 마치 흔들면 유리구를 통해 눈이 흩날리는 장면이 펼쳐지는 거대한 스노우글로브처럼 느껴졌다. 이 경험은 유리나 렌즈를 통한 관찰이 나의 신체와 실제 세계 사이의 촉각을 차단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졌고,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감각하고 구성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낳았다. 영상은 이처럼 시각과 촉각 사이의 긴장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그 경계를 해체하는 일련의 사유와 물질 실험의 과정을 담고 있다. 영상에는 포플러 나무의 미니어처가 담긴 스노우글로브 제작, 솜털을 송풍기가 달린 유리구 안에서 날리며 눈 오는 풍경을 재현하는 실험, 그리고 촉각적 관계의 연장선에서 포플러 솜털과 나뭇잎을 미생물 매개체로 활용해 누룩을 띄우고 동동주를 발효시키는 과정이 포함된다. 유리항아리 속 동동주의 부유하는 쌀알은 퀴어한 스노우글로브의 또 다른 변주로, 보는 감각과 닿는 감각 사이의 위계와 그 경계가 뒤엉킨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이 작업은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기술 중심적 비전 대신, 살아 있는 미생물들이 생성하는 발효의 세계를 현시한다. 동동주 항아리 속 마이크로코스모스는 더 큰 생태적 우주를 상상하게 하는 실험장이자 예술적 은유로 제안된다.

《여름눈몽상》은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제작된 설치 프로젝트 《써머스노글로벌리즘》의 연장선에 있는 작업으로, 시각과 촉각, 발효와 생명, 감각의 위계를 주제로 한 일련의 실험적 탐구를 공유한다. 《써머스노글로벌리즘》은 ‘동동주’에서 착안한 수행적 설치 형식을 통해, 포플러 솜털과 발효 곡물을 재료로 삼아 감각 간 경계 해체, 식민적 공간 구성 비판, 지속 가능성과 관계적 세계에 대한 사변적 서사를 시각화한 작업이다. 《여름눈몽상》은 이러한 맥락을 비선형적 영상으로 재구성하며, 유리 구체와 마이크로 입자, 생태적 시공간 개념 사이의 연결을 확장하고 있다.


Summersnow Reverie
여름눈 몽상
2025
Video essay , 3840x1080 (32:9), 9 min 2 sec
비디오에세이, 3840x1080 (32:9), 9분 2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