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기반의 영상 설치 《유동하는 언어: 몸의 습작》은 베를린 슈프리강의 윤슬(물 표면에 부서지는 햇살의 파편들)의 장면을 통해 ‘해’라는 광원, 즉 근원적인 이미지가 ‘물’이라는 유동적이고 반사적 매체를 통과하며 생성적인 이미지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사유한다. 이러한 근원과 반향, 즉 원본과 번역 사이의 비대칭성은 오비드의 ‘변신’ 속 나르키소스와 에코의 어낼러지와 공명하며 본 작품에서는 벤자민 웨스트의 회화 속 윤슬의 묘사와 병치된다—에코는 나르키소스의 말을 반복하지만, 그의 말에 응답할 수 없다. 한편 나르키소스는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갈망하지만, 닿으려 할수록 표면 위의 잔상은 더 깊이 흔들린다. 소리와 이미지, 그리고 그 기원 사이의 수렴되지 않는 간극에서 매개된 물질이 불러일으키는 상상력이 끊임없이 활성화한다. 이러한 관점은 퍼포머와의 협업에서도 지속되며, 그들은 동일하게 주어진 윤슬 이미지를 관찰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감각된 인상을 따라 특정한 형상을 빚어낸다. 그렇게 파생된 제스처와 울림은 하나의 원본을 반복적으로 해석하고 변주하며, 해석을 경유한 번역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시청각적 메아리로 드러낸다.

Liquid Language: Etude of Gestures
유동하는 언어: 몸짓의 습작

2024

Video installation, 2-channel video and sound, 5min 51sec (loop), vertical 16:9 aspect ratio, 2 screens, 2 headphones, screen size variable
Performance: Fang Tsai, Tsingyun Zhang, Jung Hsu, Sarah Grünewald, Juan Pablo Gaviria Bedoya, Tim Kunt
Photo:  Jimmy Liu,  Fang Tsai

설치, 2채널 영상 및 사운드, 5분 51초, 루프, 16:9 세로 비율, 스크린 2대, 헤드폰 2개, 스크린 크기 가변
퍼포먼스: 팡 차이, 칭윈 장, 정 쉬, 사라 그뤼네발트, 후안 파블로 가비리아 베도야, 팀 쿤트
사진: 지미 리우, 팡 차이